영풍 vs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 원인과 결과, 전망 정리

2024. 9. 24. 12:20·경제노트/경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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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이슈 포스팅에서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좀 더 심화 학습하고 단독 포스팅하기로 결정했다.

구독자 300만 명 이상의 거대 유투버 슈카형님께서도 이 주제를 다루셨을 정도로, 중요도와 관심도가 꽤 높은 주제이기 때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배경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자세히 이해하려면, 회사의 역사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장병희와 최기호가 1949년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1971년 석풍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두 기업 모두 중공업에서 필요한 아연을 제련하는 공장으로, 이후 창업자의 2대에까지 걸쳐 75년이라는 오랜시간 동안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동경영을 실천하며 영풍은 장병희 창업자의 일가,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자의 일가가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영풍은 석풍제련소에서 발생한 사고가 중대재해법으로 적용되어 대표가 구속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고 반대로 고려아연은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등의 붐으로 비철금속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회사의 성장세가 커졌다. 이에 고려아연은 늘어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이익에서 나오는 배당을 바탕으로 겨우겨우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최씨 vs 사모펀드와 손잡은 장씨

창업자의 3대 경영인이자 고려아연의 현재 회장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새로운 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75년 동업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은 역설적이게도 영풍을 경영하는 장병희 창업자의 일가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어(33%) 최윤범 회장(17%)의 뜻대로 고려아연을 이끌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고려아연(최 회장)은 조금씩, LG화학, 한화,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신주를 발행하거나 자기주식(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매각하면서 후일에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백기사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결과로 백기사들이 최 회장을 모두 지지해주게 되면 1% 미만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최 회장이 지분율에서 영풍(장씨 가문)을 앞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영풍 측에서도 지분과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수호하기 위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에게 경영권을 일임하고,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해 영풍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만들어주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과 관련된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했고 이 거래대금이 무려 2조원에 이르는, 작년 카카오의 SM인수전 당시보다도 70%나 더 큰 국내 사상 최대의 '쩐의 전쟁'이 발발했다.


앞으로의 향방

포스팅이 올라올 24일, 고려아연 측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까지는 한국타이어만 확실하게 최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화와 LG측에서도 최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주된 고객사로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게 되면 고객사 입장에서 현재의 협업하는 구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현대차는 아직까지 입장 표명이 없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역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영풍의 입장은 아쉽지만, 사세가 기울어진 점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국내 정서에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된다. MBK파트너스는 그럴일 없다고 했지만 해외로 회사를 돈만 보고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관련해 세계 1위 회사로 국내 대기업의 핵심 공급사이기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도 타격이 꽤 있게 된다. 그렇기에 주요 기업들이 최 회장을 지지하는 것이고.

**2024.09.24 기자회견 이후 업데이트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생각보다 알맹이가 없어도 너무 없다.
그냥 '고려아연 지켜달라~~ 영풍+MBK는 안된다~~~' 끝.
음... 많이 심심한데??
현대차는 아직 지지한다는 말이 안 나온 상태고,
이런 경영권 분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국민연금도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
그리고 다른 글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MBK라는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이 적은 것 같기도???
일단 고려아연의 주가 자체가 너무 움직이지 않았었다...
이에 MBK의 등장으로 회사 경영이 좀 더 효율적이고,
경영권 분쟁을 해결해 리스크도 줄이는 효과도 있고
원가 절감 등으로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면
주가에도 도움이 되니까 MBK의 개입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논리.. 충분히 일리 있다.
이렇게 또 한 수 배워갑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보면서

작년 카카오의 SM 인수 공개매수 경쟁, 그리고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을 보면서 알게된 점,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미국 증시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창업자이더라도 이사회에서 잘릴 수 있을만큼 기업 경영에 있어 창업가의 지분이 그렇게 크지 않다. 때문에 CEO는 온전히 재임기간 동안 주가관리라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실적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시장이 이에 크게 반응할 수 있는 증권이다.

 

하지만, 한국은 창업자의 자손이 대주주 지위를 물려받고 지배구조를 계속 이어져 오는 형태가 유지되고 있어 대주주들이 기업의 주가, 실적관리보다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더 혈안이 된다. 이 때문에 소액투자자 등 다른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소외되고 증시에 발을 떠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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