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까지 공매도 금지, 공매도는 진짜 악(惡)인가?(한국경제신문 '경제야 놀자' 칼럼 발췌)

2023. 11. 14. 15:25·경제노트/경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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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3.11.14 한국경제신문의 '경제야 놀자' 칼럼 글을 옮긴 글입니다.


공매도의 두 얼굴, '폭락장 주범' vs '묻지마 투자에 제동'

살다 보면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주식 시장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공매도 세력이다. 이들은 남이 투자한 주식에 대해 '고평가됐다'며 험담을 하고 다닌다.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기까지 한다. 팔아치운 주식은 주가가 폭락한다. 이 때문에 공매도 세력은 주식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개미)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하지만 정말로 공매도가 개미들의 계좌를 털어가는 악마일까.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거래 방식이다.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어떻게 팔 수 있을까. 답은 빌려서 판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반대로,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야 이득을 본다. 삼성전자 주식 1주를 7만원에 공매도했다고 하자. 다음날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으로 떨어지면 6만원에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고, 차액인 1만원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으로 오르면, 8만원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1만원 손해를 보게 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주식을 빌려 공매도 하는 것을 '차입 공매도'라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도 합법으로 거래되는 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방식인 '무차입 공매도'도 있다. 주식을 어떻게 빌리지도 않고 파는 것일까. 주식은 매매한 후 2영업일이 지나서 대금 결제가 이뤄진다. 그래서 먼저 매도 주문을 해 놓고, 대금 결제일인 2영업일 안에 주식을 빌리면 된다. 만약 이 기한 내에 주식을 빌리지 못하면, 공매도로 매물로 나온 주식을 매수한 사람은 대금 결제는 했는데, 들어오는 주식이 없다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해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때 공매도 투자자는 수익을 본다. 개인투자자들의 눈에는 공매도 투자자가 좋게 보일 리가 없고, 공매도 세력은 폭락장이 나타나면 그 원흉으로 종종 몰린다. 하지만 금융업계와 학계의 의견에 따르면,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 주가는 해당 주식에 대해 시장의 투자자가 매기는 가치의 평균값인데, 누군가가 주가를 떨어뜨릴 작정으로 공매도를 해도, 그것이 시장의 평가와 동떨어져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에게 좋은 매물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있는데,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8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고 한다. 공매도 거래를 하던 투자자들이 거래를 할 수 없으니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주가가 극단적으로 상승했다가 하락했다 하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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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막는 역할도 한다. 특정 테마가 이슈로 떠오를 경우, 해당 테마에 속해있는 주식의 주가에는 거품이 끼기 쉬운데, 공매도 세력이 이것을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것에 베팅한다. 내재 가치에 비해 고평가된 주식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의 사기 영상 등 기업 내부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것도 공매도 세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가능성은 적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기업 중에서 특정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매도 투자는 이론상으로는 무한대의 손실을 기록할 수 있는 초고위험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매수해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일반적인 투자 기법의 경우, 삼성전자 1주를 7만원에 샀다면 설령 주가가 0원이 되더라도 손실은 7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7만원에 공매도를 한 주식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면, 그만큼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나 전 재산을 날릴 위험도 크다. 워런 버핏 역시 "경험상 공매도보다 주식을 매수해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쉬웠다"고 말했고 공매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담보비율이 기관과 외국인은 105%, 개인투자자는 120%로 서로 상이하고, 상환기간도 개인은 90일 이내이지만 기관은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점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공매도 자체는 하나의 거래 방식일 뿐,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 과열, 거품을 막아주는 순기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가가 오르는 것에 베팅할 수 있으면, 반대의 경우인 주가가 하락할 것을 베팅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단순히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 보다도 더 시급하게 개선할 것은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금감원에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인해 개미들이 입은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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